8/17/2018

[리뷰] 2018 소액다컴 1차 발표회


리뷰2018 소액: 두 번째 자유발표의 날

 
지난 5월 공모한 홍대앞 작은예술지원사업 소액(이하 소액다컴)1차 선정자 자유 발표회가 75일 서교예술실험센터 지하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9팀의 다채로운 작업 내용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으며, 서로의 프로젝트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 촘촘하게 이어졌다.
 
1. 석다슬, 조소희, 한우리 작가의 아기 돼지 독립기프로젝트는 늑대가 아기 돼지를 잡아먹기 위해 입김을 불어 집을 날리는 우화 아기 돼지 삼형제의 이야기를 돼지가 사는 각각의 집의 형태에 맞춰 월세, 전세, 자가로 재해석하여 만든 게임이다. 우화 특유의 가벼움과 귀여운 이미지로 구성될 이 게임은 젠트리피케이션, 낮은 임금 등의 현상을 상징하는 늑대로부터 대항할 수 있는 자신의 현실과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한다. 게임의 방식과 결말에 관한 여러 질문과 의견이 오갔고 그만큼 현세대를 압박하는 주거 문제에 대한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2. 본 프로젝트를 설명하기에 앞서 함께 관람한 전작 구경꾼의 대사가 마음에 남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언젠가 그 순간을 맞이할 텐데 내가 옆에서 뭘 해 줄 수가 없잖아요.”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았어요안미선, 안정윤 작가가 친동생의 자살 사고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를 엮어, 타인의 죽음을 어떻게 애도할 것인지를 담아내는 작업이다. 작가는 색과 소리, 산문시 등의 매체를 이용하여 지금은 부재한 동생을 화자의 자리에 위치시킨다. 또한, 가까운 이의 죽음을 실마리로 삼아 주변의 여러 사람이 생각하는 죽음을 기록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3. 윤하민 작가의 No man’s land : 다른 서정의 풍경은 기존의 서정성이 환기하는 목가적 풍경을 현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치환하여, 서정성의 의미를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갱신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작업의 소스는 게임 그래픽, 스포츠 관련 유튜브 클립이나 셀피 영상 클립을 활용할 예정이다. 작가는 추출한 영상 이미지에 상충하는 인물 및 이야기를 개입시키고 이를 통해 발현될 낯선 네러티브와 풍경에서 요즘의 서정적인 감각의 풍경을 연출하고자 한다. 디지털 이미지의 중첩과 합성을 이용한 다른 작가들의 작업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와 어떤 맥락과 담론으로 만날지 기대된다.
 
4. 사실과 다른 헛소리’, ‘바람이 마이크에 스치는 소리’, ‘화재로 인한 검은 연기등은 쉽게 버리거나 잊힐 수 있는 파편들이다. 이홍한 작가는 이러한 시끄럽고 방해되며 편치 않고 통제되지 않는 노이즈와 일상에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를 붙잡아 전시장에 들여온다. 전시형 프로젝트 -선택 이미지에 대한 세 가지에 사용되는 이미지의 취사선택은 관찰자 시점의 개인적 경험에 입각한 기준에 따르며, 작가와 관람객이 채집한 이미지가 생성되는 구조를 역추적하게 된다. 이렇듯 작가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흩어진 이미지들을 합리화하여 배제되는 주변, 권위주의적 일상, 스펙터클을 위시한 이미지에 대항한다.
 
5. 27그랜체스터(멜로디박, 민킴) Contemporary Waste (동시대의 쓰레기)는 쓰레기를 수집하여 초상 사진을 찍고, 하울(Haul:인터넷 방송 등에서 구매한 물건을 품평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지칭하는 용어) 및 물물교환 방식의 경매 행사를 여는 퍼포먼스로 이를 통해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표상하는 퍼포먼스이다. 현대 미술(Contemporary Art)을 표방한 듯 보이는 제목과 행위는 기능을 상실한 쓰레기에 의미를 부여해서 소비 체제와의 접점을 만들려는 작가의 의도와 잘 어울린다. 이들이 예상하는 쓰레기를 통한 시대 고찰이 관람객의 호응과 기대와 어느 정도 맞닿을 수 있을까? 발랄하고 흥미로운 퍼포먼스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작업적 호기심을 자아냈다.
 
6. 신관수 작가의 전자기 조합 00!는 노이즈, 엠비언트 등 실험적인 사운드 아트의 색다른 즉흥 합주를 제안한다. 페스티벌의 형식을 띤 이 공연은 섭외한 뮤지션의 타임라인은 확정하되, 이벤트를 열어 악기나 전자기를 이용해 누구나 즉흥 연주에 참여해볼 수 있다. 시각적 장치의 여부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작가는 조형물을 무대에 설치할 예정이며 자율모금통일 수도 있다는 재치 있는 대답과 함께, 전자 음악 씬이 국내에서도 점점 활발한 추세를 보이지만 뮤지션 사이의 네트워크나 공연 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본 공연에서 선보일 각양각색의 실험 음악과 노이즈 즉흥 협연을 기대해본다.
 
7. 대실 몸의 대화자가 진단집단 감정 배출의 여러 형태를 연구하는 예술치유 집단 <몸의 대화>의 프로젝트로서 자신의 찌질함, 감추고 싶은 비밀이나 고민을 집단 놀이 방식으로 배설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프로그램 이해를 돕고자 나눠준 종이에는 누군가 털어놓은 비밀이 적혀있었고, 일상의 사소한 고민부터 말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모텔의 대실 방식을 전시 대관의 방법으로 택했는데, 기존에 실행했던 자료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미러볼, 화려한 조명 등을 이용한 강렬한 공간 구성과 가면을 쓴 은밀한 참여자들의 제스처가 모텔 특유의 공간성과 어떻게 어울릴지 상상하게 만든다.
 
8. 조우리 작가의 실험.1은 자신의 신체 내부로부터 실제로 감각하고 있는 부재감을 물리적인 공간으로 구현해보고자 한 시도이다. 신체 내부의 감각과 상응하는 질료인 시멘트, 유리, 드론 등을 이용하여 공간 내 소리를 굴절시키고 진동을 만들어 관람객이 작가의 신체 내부를 느끼게 하고, 나아가 신체를 위한 더 나은 공간의 형태를 유추해보는 것이 이 실험의 목표라고 한다. 실질적으로 가시화될 사물의 질감과 배치 방식에 관해 더 듣고 싶었으나, 작가가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해 협업자가 대신 발표하여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9. 언어가 지시하는 것에서 벗어난 몸은 어떤 상태와 형태를 지닐까? 일상에 대한 감각과 운동을 춤으로 기록하고 번역해보는 허윤경 작가의 일상번역기: 좀 더 긴 하루는 매일 반복하는 일상적 행위들에서 춤으로서의 움직임을 재발견하는 공연이다. 작가가 자유 발표용으로 준비한 스크립트에는 샤워하는 사람, 지하철의 탄 사람을 각각 텍스트로 묘사했는데, 답을 알기 전까지 이 문장들은 개인의 상상에서 맴도는 추상적인 몸짓으로 남는다. 작가는 정체 없는 움직임에 의도를 부여하고 주관적인 일상성과 시간성에 대한 관람객의 폭넓은 동의를 얻기 위해, 페이스북 등 온라인 채널 등에서 일상에 대한 말과 글을 사전 수집할 예정이다.
 
소액다컴은 장르 구분 없이 복잡한 지원 방식이나 정산을 최소화하여 창의적인 예술실험 실행을 응원하는 서교예술실험센터의 대표적인 지원사업이다. 이번에 발표한 9팀도 지난 3월 소액다컴 공모처럼 미술, 음악, 무용 등의 장르 안에서 다양한 교류와 실험, 해프닝 방식의 다원적인 접점을 살펴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다수였다. 백만 원의 지원금이 예술가들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씨드머니가 되어 작업의 완성을 향한 에너지가 되길 응원한다.
 
*소개한 아홉 팀 중 일곱 팀의 프로젝트가 소액다컴 지원을 통해 10월부터 발표된다.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서교예술실험센터 카페와 SNS를 통해 공지된다.
 
text by 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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