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2018

[메모] 20180112 동물처럼 구를 때

다듬지 않은 메모_김지연 작가는 '관찰자로서의 작가적 태도가 타당한가'에 대한 질문으로 미들 보이스(middle voice, 중간태(中間態))에 관한 개념을 언급하였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미들 보이스는 능동태와 수동태가 가진 이분법적 행위가 아닌 반사, 역 그리고 자동적인 개념으로서의 성질을 의미한다. 각각 내가 나를 죽인다든지(행위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키스를 한다든지(행위를 교환하는), 썩는, 나타나는, 사라지는 (행위가 저절로 일어나는) 등의 동사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는 5분, 20분, 10분 분량의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고 작가는 이 사운드를 기록했던 자신의 작가적 태도를 '듣는 행위'로 연결지어 말을 이어갔다. '듣는 주체'인 작가는 비를 '맞으며' 비를 녹음할 때,  워터 탱크 '밖에 서서' 탱크의 안 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녹음할 때, 낙하하는 물방울 '주위의' 온갖 노이즈를 함께 녹음할 때 스스로 어떤 감정이었는지를 메모해두었고 우리는 그녀의 기록을 함께 낭독하였다. 최근 세바스치앙 살가두와 동료들이 바다코끼리를 찍으려고 빙판 위를 천천히 구르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몸짓은 인간이 아닌 무엇에 다가가기까지의 거리를 횡단하는 방법이었고, 나는 김지연 작가가 물방울에 접근하는 태도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듣는 주체가 인간만이 아니라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나는 세 번 째 물방울 소리가 좋았다. 정확히는 물방울의 뒤(인간이 아닌)에서 개가 짖는(개가 나타난) 소리가 좋았다. 

*노 연, 캔 위 토크 어바웃 MAVO?(전시)직선은 원을 살해하였는가, 혹은 Z白호와 버터플라이 사이의 코스들(어셈블리) 중 12일 20:00~22:00에 진행된 김지연, 이강일의 토크식 컨트리뷰션을 관람하였다. 


text by 봄로야